2001년 9/11 테러 이후, 항공기가 하늘에 남기는 비행구름(높은 고도에서 비행기가 날 때 꼬리 모양으로 나타나는 얇은 구름)이 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알려지게 됐다.
9/11 '비행기 없는 3일'의 실험
이는 비행구름이 지표와 대기로부터 빠져나오는 열을 가두는 대신 태양광선을 우주로 반사시켜 결국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문제는 항공 운항이 매일 계속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9/11 테러가 발생되고 3일 동안 미국에서는 민간 항공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됐다. 이 짧은 며칠은 비행구름과 기후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였다.
위스콘신-화이트워터 대학의 데이비스 트레비스 교수팀은 이 기간 동안 일교차를 측정했고,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비행기가 하늘을 날지 않은 11-14일 기간의 일교차는 항공이 중단되기 이전과 재개된 이후와 비교했을 때 평균 1.8도 높아 크게 차이를 보였다(아래 그림).
항공구름이 구름층에서 0.11퍼센트 차지
하지만 트레비스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강 홍 박사팀은 당시 일교차가 높아진 것이 비행구름의 요인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지리물리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홍 박사팀은 '비행구름과 비행구름에 의해 생성된 권운을 비롯한 고층운은 일교차 변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일교차는 '저층운과 바람, 습도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고 밝혔다.
비행구름은 과연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리즈대학의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비행구름을 기후모델에 적용한 이번 분석은 2002년 항공구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0.11퍼센트라고 추정했다(아래 지도). 그리고 결론에서 '비행구름으로 지구 평균 일교차가 약간 감소한다'며 비행구름의 온난화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준비된 연구' 필요한 이유
항공에 의한 온실가스는 높은 고도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지상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다른 온난화 효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항공 부문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협약인 교토의정서의 적용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은 핑계거리를 마련해줬을 뿐이다. 그나마 유럽연합은 새로운 기후협약에서 국제 항공과 해상운송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마련 중이다. 항공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준비된 연구'가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이지언(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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