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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일기

기후변화로 요동치는 바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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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바닷가에 세워져 있다. 발달된 도시일수록 고층건물들이 해안선을 따라 줄을 서 있다. 건물들이 날씬한 몸매를 곧추 세우고 옆구리로라도 바닷바람을 느끼려고 몸을 비비는 모습을 보면 바다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애정이 처절하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호텔방은 그렇지 못한 방보다 비싸다. 캄캄한 밤에 바다를 잠시라도 즐길 수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다. 인간이 바다사랑이 얼마나 크든지 원유를 팔아 부자가 된 중동에서는 얄팍한 인공섬을 만들고 호텔과 거주지를 지어 바다와 더욱 가까운 이웃이 되려고 한단다.

인간의 바다사랑에 대한 응답일까? 이제는 바다가 점점 더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바닷물이 조금씩 육지를 침범하고 있단다. 혹시 바다의 소유욕이 과한 것 아닌가? 바다를 포함한 물이 지구의 71%를 소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29%까지도 탐을 내고 있는 것인가? 왜 육지를 침범하게 되었는지 바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바닷물, 강물, 비, 눈, 수증기, 얼음 등으로 변화무쌍하다. 대부분의 물은 바다에 살고 있지만, 일부 물은 산을 좋아하여 고산지대에서 고산빙하(mountain glacier) 형태로 살고 있고, 일부 물은 추운날씨를 좋아하여 극지방과 그린란드에서 빙판(ice sheet) 형태로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다. 바닷가를 따라 도시가 형성되었듯이 고산빙하를 젖줄삼아 촌락이 형성되어 있고, 북극에서는 곰들이 빙판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우선 바닷물의 몸집이 불어났다. 응당 우주로 되돌아가야 할 태양열이 우주로 복귀하지 않고 지구의 대기권 내에 머무르는 탓에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자 바닷물의 몸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몸집을 감당하지 못하여 부득이하게 육지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몸집이 불어 제 몸도 감당하기 어려운 판에 새로운 육지에서는 자꾸만 물이 유입되어 왔다.

겉으로 보기에 물이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물은 계속 이동을 한다. 바다에서 공중으로, 공중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다로 계속에서 순환을 한다. 그런데 순환계통에 부조화가 생겨 자꾸만 물의 바다집중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바다에서 육지로 순환하는 물에 양에 비하여 훨씬 많은 물이 육지에서 바다로 몰려들게 된 것이다.

조용하고 시원한 환경을 좋아하여 높은 산에서 머무르고 있던 고산빙하(mountain glacier)가 느닷없이 강과 바다를 향하여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원래 고산빙하는 조금씩 나들이만하여 주변하류지역에 용수를 공급하여 왔는데, 높아진 기온을 견딜 수 없어 대거 하산을 하게 된 것이다.

육중한 체구와 과묵한 품성으로 빙하세계의 맏형으로 추앙받고 있는 그린란드 빙판과 극지방 빙판 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게 되었다. 높아진 기온을 극도로 싫어하는 가족부터 분가를 하여 바다로 떠나기 시작하였다. 분가과정에서 나는 소음이 하도 커서 멀리서 구경하는 곰들도 놀라 도망갈 정도였다. 얼음조각배에서 어쩔 줄 모르고 휩쓸려가는 곰의 모습은 안타까운 장면이다.

2,3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PCC(United Nations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07년도 제4차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 해수상승과 고산빙하의 해빙으로 21세기말까지 해수면이 18 내지 58 센티미터 가량 상승할 것이다.

- 그린란드와 남극서부에 있는 빙판의 해빙으로 해수면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다.

IPCC가 수많은 전문가로 구성되어 의견을 절충하다 보니 미지근한 의견을 내놓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플로리다의 한 기관(the Science and Technology committee of Florida's Miami-Dade County Climate Change Task Force)은 21세기까지 전체적으로 1 내지 1.5미터의 해수면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실제로 작은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사라질 지경에 있다. 2008년도에 몰디브 대통령으로 선출된 모하메드 나쉬드는 집단이주를 위해 스리랑카나 인도의 땅을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투발루, 토켈라우, 마샬군도와 같은 소국들도 생존을 위해 나라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인구 10,000명의 투발루에서 쓸 만한 땅들은 겨우 해발 1m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도시가 바다에 접하고 있는 한국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해수면 상승과 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어서 단기간의 노력만으로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으니 적어도 21세기말까지는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IPCC가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해수면 상승을 늦추거나 완화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기존의 도시지역에 미칠 파장에도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도시계획을 짜고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글로벌한 기후변화도 반드시 고려사항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글을 쓰신 박덕희 변호사님은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