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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코펜하겐

 

▲ 지난 9월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정상회의 ©연합뉴스



들어가며

중고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여기서는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무슨 걸 가지고 회의하는지 설명을 할 거예요. 학교에서도 매주마다 학급회의를 하잖아요? 거기서 뭘 논의하나요? 소풍을 어디로 갈지, 청소 당번을 어떻게 정할지 뭐 이런 걸 정하잖아요? 이런 걸 의제(Agenda, 아젠다)라고도 하고 또는 뭐 그냥 토론사항(Issue, 이슈)이라고도 해요.

사람들이 눈만 뜨면 기후변화, 기후변화 하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에 열릴 총회는 그 동안 사람들이 걱정하던 기후변화 얘기를 다 총집합 해서 할 거예요. 전세계에서 중요한 나라들은 다 모여서 회의를 할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회의는 아주 중요하지요. 그러니까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할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요? 저는 주로 어떤 것이 토론될 거다라는 얘기보다, 그게 왜 토론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할 거예요.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그 현상의 원인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니까 말이에요.

기후변화 문제의 원인

코펜하겐 회의를 알기 전에, 우선 기후변화라는 것 자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과학적인 원인보다 정치경제학적인 원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정치경제학적인 원인을 얘기해 볼 테니까 잘 들어봐요.

기후변화는 지구 대기층에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에요.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는 곧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요. 그 피해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기후변화는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요?

그럼, 다음 질문은 뭘까요? 지구 대기층에 온실가스 농도가 왜 높아졌느냐 하는 거지요. 쉽게 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왜 그렇게 많아졌느냐는 거지요. 정답은 뭐겠어요? 산업화 때문이지요 뭐.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공장제품들을 생산하다 보니까 그 공장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거지요. 그리고 우리가 타는 자동차, 집에서 쓰는 난방에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고요.

그럼 다음 질문은 뭘까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냥 우리가 줄이면 되지요 뭐. 그러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부터 먹는 거, 컴퓨터 쓰는 거, 자동차 타는 거, 이런 걸 다 줄여야 돼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물어볼께요. 정말 그러고 싶나요? 기후변화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만큼 심각한 문제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컴퓨터나 자동차를 사용하지 말자고 하면 여러분들 그러고 싶나요? 안 그러고 싶지요? 여러분들이 별로 실천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어른들이나, 국가와 정부도 다 마찬가지로,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어요.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한 건 알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생산과 소비를 줄이려고 하니까, 도저히 하기가 싫거든요. 그러니까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코펜하겐 회의요? 그것도 다 마찬가지예요.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결국 자기네 나라에서 생산과 소비를 줄여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하기 싫다는 말이지요. 특히나 요새는 정치지도자들이 경제가 나빠지면 인기가 나빠지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지도자들은 경제 나빠지는 건 절대로 안 하려고 하고, 기후변화 정책도 마찬가지로 경제가 나빠지는 거라면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공유지의 비극

그럼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계속 그렇게 실천을 미루고 있다가는 무슨 만화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재앙이 닥쳐올지도 모르지요. 그것밖에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총회에서 “우리나라부터 생산과 소비를 줄일게요. 먹고 마시는 거 줄이고, 자동차도 덜 타고, 겨울에 추워도 보일러 안 틀고, 여름에 더워도 에어콘 안 틀고, 그냥 불편해도 참고 살게요.”라고 정치지도자들이 합의한다면 해결이 되겠지요. 하지만 저렇게 말할 정치지도자들은 아무도 없거든요. 왜냐고요? 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부터도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누군가가 해주면 좋겠지만, 나는 하기 싫은 거, 그게 바로 기후변화 문제거든요.

이걸 정치경제학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해요. 우리 기후변화 문제를 좀 더 깊이 알기 위해서 정치경제학 좀 배워 볼까요? 여의도 공원 한 귀퉁이에 아주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열리는 사과나무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그 사과를 따 먹는 게 공짜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사과를 따 먹겠지요? 그래서 심지어 사람들은 사과를 익기도 전에 따먹으려고 할 거예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저라면 아예 사과 나무를 파다가 우리 집 마당으로 옮겨가 버릴 거예요. 그게 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거든요.

여러분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이라는 과목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줘요. 텔레비전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부자되는 방법, 성공하는 방법, 뭐 이런 것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공원에 있는 사과나무를 파다가 자기 마당에 심으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자가 되고, 인생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어요. 어때요? 그러고 싶어요? 좀 고민되지요? 사람들은 점점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공원에 있는 사과나무를 파다가 자기 마당에 심는 게 도덕적으로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그게 법률적으로 처벌만 받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그 짓을 하거든요.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게 인생성공의 비결이라면서 텔레비전이랑 신문에서 막 떠들어대니까 양심 있는 사람들도 점점 혼동을 느끼는 거예요.

경제학에선 저런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공유지, 즉 공짜 땅,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자기 욕심만 채우기 위해서 함부로 이용하기 때문에, 금방 자원이 고갈되어버린다는 얘기지요. 공원의 사과나무를 파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실제로 공원의 나무는 안 파간다고요? 그거야 공원의 나무를 파가면 법에 따라 벌금을 크게 물기 때문이지요. 만일 그런 벌금이 없다면 금방 나무가 없어질걸요?

그러면 저런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방법은 뭘까요? 간단해요. 벌금을 매기거나 어떤 약속을 정하면 되지요. “우리 사과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 익으면 같이 따서 한 조각씩 나눠 먹읍시다.”라고 합의하면 돼요. 지금의 벌금 제도도 사실은 우리가 국회를 통해 합의한 거거든요. 또 제주도 해녀들은 저렇게 합의를 해서 바다의 해초들이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요. 그러니까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방법은 공유지 이용에 대한 약속을 정하는 거예요.

기후변화 문제도 저런 공유지 비극의 일종이에요. 지구라는 공원이 있어요. 여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게 공짜예요. 마치 공원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게 공짜인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거예요. 만일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는 게 공짜라면 너도나도 쓰레기를 버려서 공원은 쓰레기 천지가 되고 말 거예요.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공짜라서 모든 나라들이 산업화시킨다고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그래서 대기에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진 거지요. 어때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해결책은 뭘까요? 약속을 정하는 거지요. 각 나라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자고 약속을 정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할 때마다 돈을 내자고 한다거나 말이에요. 간단하지요?

그런데 우리 이웃들간에는 저런 약속들을 만들기도 쉽고, 또 잘 지키는데, 왜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각 나라들이 약속을 정하기 힘든 걸까요? 그야 간단해요. 약속을 안 지켰을 때 처벌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약속을 했는데, 어떤 어린아이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면, 이놈하고 욕을 하고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혼을 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합의를 해놓고 어떤 나라가 약속을 안 지키면, 다른 나라들이 그 나라를 혼낼 방법이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합의도 힘들고 처벌도 힘들어요. 실제로 미국은 제일 강대국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제일 많은데,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아주 소극적이었어요. 그런데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처벌하지 못해서 그냥 놔두고 있는 거예요. 미국부터 저러니까 우리 나라처럼 미국 눈치만 보는 나라들은 구태여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 거고요.

코펜하겐 총회와 주요 국가들의 주장

(1) 교토의정서와 의무감축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이슈는 지금까지 얘기한 거랑 똑같아요. 그러니까 다들 “온실가스 줄이자”라고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 정작 각자가 얼마씩 줄일까를 정하자고 하면, 서로 ‘니가 많이 줄여라’, ‘아니다 니가 먼저 줄여라’하고 싸우는 거지요.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은 해놓고, 정작 벌금 문제가 나오면 ‘어른이 벌금을 더 내야 한다, 아니다 애들이 벌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하고 싸우는 거랑 똑같이 유치한 얘기들이지요. 하지만, 유치한 얘기라고만 치부할 순 없어요. 왜냐하면 정작 이 글을 쓰는 저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똑같이 온실가스 줄이려면 생활 불편해지긴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까 저부터 불편 감수할 마음이 없으면 불쌍한 정치가들 괜히 비판하지 말자고요. 코펜하겐 회의의 이슈는 각 국의 입장 차이 싸움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각 나라들이 말만 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일부 선진국들은 1997년에 일본 교토라는 도시에서 모여서 실제로 온실가스배출을 조금씩이라도 줄이기로 약속을 했어요. 그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에 대해서 비판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약속하고 지켜낸 유럽의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훌륭한 나라들이에요. 이걸 교토의정서라고 하는데, 미국은 여기에 가입조차 안 했거든요.

그런데 교토의정서 실행기간이 이제 곧 끝나요. 그러니까 교토의정서 실행기간이 끝나는 2012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약속을 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코펜하겐 총회가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이제 이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이를 알아보죠.

(2)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그런데, 그 전에 우리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몇 등인지 아나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 글 쓴다고 인터넷을 막 뒤져봤는데, 자료마다 다 다르더라고요. 자신 있게 10등이다, 1등이다 이렇게 적어놓은 사람들도 있지만, 이거 틀린 말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 이 부분에선 좀 겸손하자고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게 낫죠.

2009년 10월 12일에 지식경제부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하나 배포했어요 . 국가기관이 발행한 보도자료는 나름대로 신뢰성이 높아요. 여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06년과 2007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9위래요. 2007년에 배출한 양은 4억 8천 8백만 톤이래요. 또한 199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율은 대한민국이 113%로 전세계에서 1등이래요. 이 보도자료는 세계에너지기구 라고 하는 데서 작성한 통계보고서를 보고서 만든 거래요. 그러니까 더더욱 신뢰성이 높죠.


순위

국가명

배출량

순위

국가명

배출량

1

중국

6,103,493,000

6

독일

805,090,000

2

미국

5,752,289,000

7

영국

568,520,000

 

유럽연합

3,914,359,000

8

캐나다

544,680,000

3

인도

1,510,351,000

9

한국

475,248,000

4

러시아

1,564,669,000

10

이탈리아

474,148,000

5

일본

1,293,409,000

 

전세계

28,431,741,000


                                                                                  <표1. 2006년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

* 위 통계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만 포함함. 산림파괴로 인한 배출량이나 화석연료 수출로 인한 배출량을 고려할 경우 순위가 달라짐.
* 위 표는 상품의 생산만 고려할 뿐, 소비는 고려하지 않음.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많은 상품들이 수출되어 다른 나라에서 소비됨. 그러므로 소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위 순위는 달라질 수도 있음.
* 위 통계는 인구당 배출량이 아니라 총 배출량임. 그러므로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의 경우 인구당 배출량 순위는 1등이 아닐 수도 있음.
* 위 표는 온실가스가 아닌 이산화탄소의 통계임.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다른 것도 포함됨.
* 유럽연합은 나라로 안 치기 때문에 순위를 안 매김.

우리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해요. 특히 다른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아는 것도 이번 회의에서 아주 중요해요. 이번 자료를 가지고 여러 나라들은 서로 책임을 씌우려고 할 거거든요. 우리 나라가 전세계에서 배출량이 9등이나 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우리 나라보고 많이 감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요. 자, 이제 다른 나라의 입장을 알아볼까요?

(3)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다른 나라들보다 기후변화 대응에 상당히 적극적이었어요. 위에서 말한 교토의정서에 가입해서 지난 5년간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거든요. 그러니까 유럽연합은 다른 나라들보고 자꾸 온실가스 더 많이 줄이자고 하지요. 그러니까 유럽연합이 나름대로 가장 양심적이고 착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반론도 많아요. 왜냐하면 유럽연합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술들, 그러니까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같은 걸 이미 많이 발전시켰어요. 그러니까 온실가스를 더 많이 줄이자고 하면, 자기나 나라의 이런 친환경제품들이 수출이 많이 될 거예요. 그래서 자꾸 더 많이 줄이자고 하는 거예요. 이것도 이기주의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이기주의인 것 같아요.

(4) 미국

미국은 자꾸 발뺌만 빼고 있어요. 자꾸 중국이랑 인도,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 얘기하면서 개발도상국도 같이 줄여야만 자기 나라도 줄이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걸 의무감축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지금까지 의무감축을 약속하지도 않았었거든요. 코펜하겐 총회에서 과연 미국이 의무감축을 약속할까요? 글쎄요.

(5) 한국

한국도 미국이랑 비슷해요. 아직까지도 의무감축 약속을 안 했어요. 그러면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니까 선진국처럼 과도한 의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웃기지요? OECD가입해서 G20회의까지 유치했으니까 마치 세상에서 20등이나 하는 선진국인 것처럼 자랑은 하고 다니면서,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를 하라고 하니까 그건 하기 싫다는 거예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9등인데도, 이런 얘기만 나오면 자꾸 한국은 “우리는 개발도상국임, 선진국 아님,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지요.

(6) 중국과 인도

중국과 인도의 입장도 한국이랑 비슷해요. 중국은 1등, 인도는 4등이거든요. 그러면서도 의무감축 약속을 아직 안 하고 있어요. 이 나라들은 지네들이 자꾸 선진국 아니니까 선진국 같은 감축 의무는 지기 싫다는 거예요. 황당하지요? 하지만 황당할 것도 없어요. “선진국들은 지금까지 마음대로 온실가스 배출시켜 놓고, 이제 우리가 경제성장 좀 할라고 하니까 온실가스 핑계 대면서 우리 경제성장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이 주장 어떻게 생각해요? 후진국 입장에서 억울한 면도 좀 있는 것 같지요? 물론 억울하기야 하겠지만, 지구를 다 말아먹으면서까지 그 경제성장이란 걸 꼭 해야 할까요?

정부 욕 하지 맙시다

이렇게 서로들 상대방만 줄이라고 우기다가 합의도 못하고 회의가 끝나면 어떡하냐고요? 어떡하긴요, 기후변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거지요 뭐. 정부들이 왜 이렇게 못났냐고요? 사실 저는 정부 욕할 입장이 못 되요. 저 또한 불편한 생활을 감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거든요.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집행하는 거예요. 솔직히 국민들 스스로가 온실가스 줄이기가 귀찮으니까 아무 관심도 안 갖는 거지요 뭐. 공원이 쓰레기로 넘쳐나기 직전까지 계속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겠다는 게 지금 전세계 인류의 의식수준이에요. 그래서 기후변화협약에 합의가 안 되는 거고요.

그럼 그냥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되는 거냐고요? 그건 아니지요. 할 수 있는 건 많아요.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공원에서 나무를 파가는 게 아니라,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도 있어요. 자기가 죽고 나면 남은 사람들이 사과를 따 먹으라고 말이에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휴지를 줍는 사람도 많고요. 기후변화 문제도 똑같아요. 누가 시키든 말든, 정부가 합의를 하든 말든 묵묵히 자신부터 실천하자고요. 물 쓰는 것부터 줄이고. 에너지 사용도 줄이고. 그렇게 조용히 있지만,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그렇게 쉽게 망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살자고요.

물론 좀더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어요. 7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프랑스에 있는 포도밭에서 누드 시위를 벌였대요 . 각국 대통령들이 직접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해서 제발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좀 하라고 요구했다는 거예요. 우리가 꼭 원하는 게 있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전에 이 질문부터 해야겠네요. 여러분이 원하는 건 뭔가요?



     <그림1. 2007년 한국을 찾은 이승민 군이 기후변화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그림2. 2005년에 이미 환경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미국의 당시 대통령 부시에게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