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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제주 LNG 인수기지, 애월항 결정은 갈등회피전략일 뿐

LNG 인수기지, 애월항 결정은 갈등회피전략일 뿐
정책결정의 기준은 경제-사회-환경을 골고루 반영해야
2009년 08월 12일 (수) 16:40:35 김동주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mzsinbi@gmail.com

   
▲ 김동주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제주의소리
7월 21일, 제주도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서부권역 항만 확장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 촉진 등을 감안, 애월항을 제주지역 LNG 기지 건설부지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주 LNG 기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총 사업비 2,193억원(항만 개발 1,028억원, 인수기지 건설 1,165억원)을 투입, 부지 5만 9572평방m에 총 5만 kl 저장 능력을 갖춘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애월항 기본계획을 변경한 후 내년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시행 및 국비 확보를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어업피해 보상 및 항만개발을 시행할 계획이다. LNG 기지 건설사업과 관련해 제주도는 어업 보상을 포함한 방파제 및 호안 건설 등의 비용을 국비를 확보해 마련하고, 사업 주체인 한국가스공사는 인수기지 건설 및 부지 매립공사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 제주일보, ‘도, 인수기지 애월항 확정...공급 시기 늦춰지고 재원 부담 가중’, 2009년 7월 22일자

LNG 인수기지가 애월항으로 결정되는 과정

이렇게 제주도의 LNG(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 부지는 애월항으로 확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책결정과정의 기준에 대한 문제들이다. 간략하게 그간 제주도에 LNG공급을 위한 과정 및 인수기지가 애월항으로 확정되는 흐름을 살펴보자.

2006년 4월 1일, 제주도 전역에 2시간 30여 분이나 전기가 끊기는 사상 초유의 광역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사회단체에서는 해저 송전선로의 고장에 대비할 수 있는 LNG발전소 신규건설을 중앙정부에 요청하게 된다. 그 해 8월 말 당정은 제주도에 LNG발전소 및 해저 송전선로 병행 건설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12월 말에 확정된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8차 장기천연가스공급계획에 제주도 LNG공급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지 6개월 만인 2008년 8월 21일, 제주도는 한국전력과 지식경제부와 협의를 통해 LNG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하고 해저 송전선로만 증설하는 대신, 2013년 까지 민수용 LNG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08년 12월 29일, 제9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서 2013년 인수기지 준공과 연계해 공급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특히 사업주체인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 12월 말 보고된 ‘제주도 LNG 터미널 항만 기본조사 용역(위치 검토결과 보고서)’을 통해 제주외항, 애월항, 한림항 3곳을 예비후보부지로 선정해 검토한 결과, 제주외항을 최적후보지로 추천하였다.  그러나 2009년 2월 18일, 제주도는 “특정지역에서 유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한다면 검토를 최우선적으로 하겠다. 최대한 민원이 없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애월리민들의 유치 행보가 발 빠르게 추진된다. 3월 8일, 애월리는 마을 주민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LNG 인수기지 유치 건의문을 채택하고, 3월 11일, 주민 1,181명과 제주시 애월리 향우회원 221명 등 모두 1402명의 서명을 받은 뒤 제주도에 유치건의서를 전달했다. 뒤이어 3월 13일에는 애월리 각 자생단체가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LNG인수기지 애월항 유치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애월리 대표를 비롯한 291명의 주민들이 평택, 인천, 통영 등 국내LNG 생산기지를 방문하여 안전성 여부도 직접 확인하기 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애월리민의 유치행보와 관련하여 제주도는 가스공사측에 애월항으로 입지선정 검토를 요구하였고, 이 사실은 3월 24일 도의회 현안보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가스공사측은 이러한 제주도의 요구를 받아들여 애월항에 대한 안전성 검토 용역을 7월까지 수행하였다.
  그리고 7월 21일, 제주LNG인수기지가 애월항으로 확정되었다는 제주도의 발표가 있었고, 7월 23일, 애월리민들은 인수기지 유치 환영행사를 개최하였다.

애월항 LNG 인수기지의 문제점들

이렇게 부지가 결정되었지만 가스공급시기가 원래 예정보다 3년이나 늦춰진 점 뿐 만 아니라, 애월항에 방파제 및 호안을 건설하는 비용 1,0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등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첫째, 가스공급 시기의 지연과 그로 인한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 국가계획으로는 2013년이지만, 제주외항에 인수기지를 건설하면 2014년 7월로 공급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애월항은 그보다 더 늦은 2016년 1월이다. 즉, 도내 LNG공급이 원래 계획보다 2~3년 늦춰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애월항의 항만확장을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국고 보조금을 확보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국비확보가 늦어질수록 LNG공급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만약에 애월항이 아니라, 제주외항을 선택했더라면 항만확장을 위한 추가 비용은 필요하지 않고, 또한 이미 어업권 보상이 완료되었기에 전체비용이 더 줄어들 수 있었으며, 공사기간도 줄어들어 LNG공급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었다.

애월항이 인수기지로 결정되는 순간, 제주도는 LNG공급으로 인한 가계의 난방비 절약, CNG(압축천연가스)버스 도입으로 인한 운행비용 절약 및 대기질 개선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효과의 수혜가 최소 3년 더 늦춰지게 되었다. 특히 점차 유가가 상승할 예정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이라는 LNG 도입의 효과는 더욱 반감될 것이다.

둘째, LNG공급으로 인해 제주도민 전체가 수혜를 받는 것만도 아니다. 현재도 LPG(액화석유가스) 사용가 사이에 요금격차는 존재하는데, 배관망이 매설된 아파트 등 집단주거지역은 차량 등으로 배달되는 가스통을 사용하는 가구보다 지불요금이 더 싸다. 더욱이 LNG가 도입되면 현재도 일반 수용가보다 저렴하게 가스를 사용하는 공동주택 거주자들부터 공급받게 되므로, 도민들 사이에 지불하는 가스요금격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LNG가 도입되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읍면지역 거주자들은 아직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지만, 시장의 축소를 우려하는 LP가스 업계에서 촉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금 격차 증대 문제에 대해 제주도로서는 예산부족이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인해 LPG 사용가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 같지 않다.

셋째, LNG 인수기지를 애월항에 건설하기 위해서는 방파제 및 호안 건설 등 신규매립이 발생해 해양환경을 파괴한다. 어업권 보상 부지만 약 3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만큼 애월항 확장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매우 클 전망이다. 제주외항을 선택하였더라면 이미 방파제 공사가 완료되었기에 추가적인 환경영향은 미미할 수 있었다. 

갈등회피전략,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LNG 인수기지 선택이라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주도는 위와 같은 경제성과 환경성 보다는 단지 주민 민원이라는 조건을 가장 큰 기준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그동안 제주도에서 발생한 각종 갈등 및 민원발생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민원발생 최소화를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보는 것 같다.

즉, 제주도의 갈등대응은 해결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이제는 사전단계에서부터 갈등 발생을 회피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정책결정은 경제성-사회성-환경성을 골고루 고려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선택이며, 그 중 어느 하나만을 보고 판단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예전에는 경제성만을 보고 판단했지만, 최근에는 환경성도 약간은 고려하고 있으며, 사회적 수용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갈등사안이 증폭됨에 따라 최근의 정책결정은 민원해결을 최우선으로 내걸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성 및 환경성에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주 핵폐기장 유치가 그렇다. 17년 간이나 지역주민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다가, 주민투표를 통해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부지로 확정발표한지 4년이 지났다. 그러나 입지선정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환경단체에서 입수해 분석한 결과, 후보부지의 안전성 문제가 최근에야 불거졌다. 안전하지 않다면 핵폐기장의 입지는 불가능하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의 여러 가지 판단기준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중심적으로 선택한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정책실패사례다. 

경제-사회-환경이 조화되는 정책결정을 내려야

어찌하였든 애월항으로 LNG인수기지가 결정되었고, 2016년에 도내 최초의 LNG가 공급되면 좋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적극 검토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사회-환경,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민주사회-생태시대의 중요한 결정기준이다. 제주도가 선택한 갈등회피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 김동주(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 이글은 제주환경운동연합 월간소식지 ‘오름과바당’ 2009년 8월호(통권 124호) 초점으로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