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일기

시애틀에서 느끼는 기후변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Svalbard archipelago_Tunde Pecsvari_Flickr



가족과 함께 미국 시애틀에 온 지 10일 남짓이 되었다. 시애틀은 미국 서북단 도시로서 북위 37도 36분에 자리잡고 있어서 한국보다는 높은 위도에 있으며 와싱턴주의 대표적 도시이다(와싱턴주의 주도는 ‘올림피아’이나 지명도나 중요도에 있어서 시애틀에 못 미친다).

우리 가족들은 극히 개인적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시애틀이 다른 기후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의 변화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들리는데, 이곳 시애틀에서는 한낮에는 덥다가 아침, 저녁이 되면 제법 쌀쌀해진다. 시애틀에 온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시애틀 기후가 이렇다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보다 덜 덥고 덜 추운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 여름인 8월말인데도 아침, 저녁이면 추위가 살짝 느껴진다. 시애틀에도 4계절이 있지만 지중해성 기후지역에 위치하여 연중 온도의 변동이 덜하며, 비는 여름에 거의 오지 않고 주로 겨울에 내린다고 한다. 습하고 쌀쌀한 날씨에 몸이 잘 견뎌줄지 몰라서 걱정이 앞선다. 시애틀에 오래 산 사람의 말에 의하면, 시애틀로 건너온 한국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알러지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환경과 신체의 부조화가 알러지 현상이라고 할 터인데, 전 지구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초래되면 더욱 더 인간과 자연환경 간에 부조화가 심해지지 않을까!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현상으로는 지구온난화, 빙하의 해빙, 해수면의 상승, 강우와 폭풍의 형태 변동 등이 있고,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서는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온실가스라는 인위적 요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애틀 지역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현상과 원인을 모두 볼 수 있어 기후변화의 임상실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애틀도 전 지구적 현상인 지구온난화를 비껴가지 못하였다. 일부 시애틀사람들은 ‘이제는 시애틀에서도 에어콘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내가 사는 임대주택에 에어콘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애틀 지역에서 에어콘 없이 사는 가정집이 많은 것 같다. 한낮에는 에어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더위가 나만의 엄살은 아니었나 보다.

와싱턴주에는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Mt. Rainier National Park),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North Cascades National Park)이 있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등산할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었는데 더 시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아직까지 국립공원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세 개의 국립공원에는 모두 빙하가 있다. 등산도 좋지만 말로만 듣던 빙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하여 화면상으로 등산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빙하와 만년설은 주변 도시에 생활용수 및 수력발전용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그 빙하가 매년 녹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극과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으나, 내가 곧 가볼 산에 있는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빙하가 더 녹기 전에 얼른 가봐야겠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 주민들이 조만간 집단이주를 해야 할 처지라고 하는데, 시애틀 주민들은 한 층 높은 곳으로 집단이주를 한 적이 이미 있다. 과거 시애틀의 도로가 낮아 만조시 바닷물의 범람이 잦자 1889년경 당시의 도로와 1층을 버리고 2층으로 도로와 생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였다고 한다. 그때의 1층은 장기간 방치되어 있다가 최근에 이르러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우리의 온돌난방도 역사적 유물로서 관광자원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외국에 나가게 되면 그리워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온돌난방이다) 시애틀의 한 층 업그레이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 아니겠지만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면 업그레이드될 도시가 많이 생길 것이다.

기후변화의 현상과 결과를 가까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시애틀 지역인데, 더불어 기후변화의 원인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많은 연무(aerosol)와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되어 기후변화에 초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시애틀에서 멀지 않은 곳인 세인트 헬렌스 산(Mt. St. Helens)에서 1980년 5월 18일 화산폭발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59명이 사망하였다. 미국인은 이를 기려 화산폭발기념구역(Mt. St. Helens National Volcanic Monument)까지 설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이 폭발하였고, 미국에서는 헬렌스화산이 폭발하였다는 사실은 역사적 우연일까?

한편 미국인들은 자동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천생연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자동차가 없으면 의식주가 불가능하도록 사회구조가 짜져 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는 차만 보일 뿐 행인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인위적 온실가스(자연상태에서도 온실가스는 나온다)의 주범이 이산화탄소이고 이산화탄소의 주원인이 화석연료의 사용이며, 자동차는 주로 화석연료로 움직이기 때문에 길거리를 가득 매운 자동차를 보면 미국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양으로 세계 1위, 총배출량으로 세계 2위(중국이 1위)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대량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기후변화의 결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인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 글을 쓰신 박덕희 변호사님은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