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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세상에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⑧] 재생가능에너지가 만능일까?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미래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루를 찾았다고, 또는 찾겠다고 난리니 말이다. 이곳에서 공부하기 전 2007년 말까지 에너지대안센터와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했을 때 나의 일감 중 하나는 소위 무한동력을 발명했다는 분들을 응대하는 것이었다. 평균 잡아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무실로 찾아온 그들은 자신이 '발명'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무한동력을 목청껏 소개하곤 했다. 기득권을 가진 주류 과학자들이 자기의 혁명적인 연구 결과를 본 체 만 체 한다고, 이것이 상용화되면 인류는 에너지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등…. ▲ ITER 주장치 모형.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 정부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 더보기
"맥주보다 병이 더 비싼 나라! 어딘지 알아?"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⑦] 재활용 이 정도 쯤이야! 독일의 공병 보증금 제도 판트(Pfand) 맥주의 나라 독일의 맥주 값은 한국보다 쌀까 아니면 비쌀까? 답은 쌀 수도 있고 비쌀 수도 있다는 것. 병 값을 제외하면 독일 맥주가 더 저렴하고, 병 값을 포함하면 한국 맥주보다 비싸다. 내가 사는 동네 플렌스부르크(Flensburg)의 자랑 중 하나는 바로 플렌스부르크(Flensburger) 맥주다. 물 안 좋기로 소문난 독일에서 바다와 접한 환경 탓인지 플렌스부르크 물맛은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는데, 그 때문인지 이 맥주는 독일 내에서도 나름 맛있다는 소릴 듣는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맥주의 대량 생산이 시작된 1870년대 이후 줄곧 사용하는 재활용 가능한 병 때문이다. 많은 다른 맥주 제조 회사가 운송비 절감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전통적인 디자인의 재.. 더보기
"환경 보호하니 오히려 경제 성장…성공 요인은 '의지'"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⑥] 화석연료 '제로(0)' 도시 백스웨 ▲ 백스웨 전경. 도시의 중심에 트루멘 호수가 위치하고 있다. ⓒ프레시안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의 관계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많은 이들은 이 두 개념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저렴한 전기 요금을 적용하고, 각종 환경 규제를 가능한 한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또 경제 개발을 위해서라면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새만금 갯벌이든 정부가 정한 국립공원이든 가차 없이 없애는 경우도 있다. 백스웨(Växjö)라는 곳이 있다. 167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인구 8만 명이 사는 스웨덴의 한 자치 도시. 수도 스톡홀름에서 약 45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총 110.. 더보기
"이명박 대통령, '삼쇠 섬의 기적'을 아십니까?"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⑤] 삼쇠 섬의 에너지 독립 지구가 단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별 안에 6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고 있다. 지구는 완벽한 하나의 계(system)이다. 태양과의 소통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폐쇄 시스템이다. 거칠게 얘기하면, 햇빛을 제외한 그 어느 것도 우주에서 지구로 유입되지 않고, 복사열을 빼고는 그 어느 것도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공급되는 태양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지구라는 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다. 지구온난화나 석유 고갈 위기가 닥치기 전엔 말이다. 한 섬의 실험 덴마크에 위치한 삼쇠(Samsø) 섬은 우리나라 안면도보다 조금 큰 114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인구 약 4000명 .. 더보기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④] 독일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원자력 2009년은 끔찍한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재개발, 용산, 경찰을 포함한 6인의 사망, 생존권, 그리고 검찰의 수사 발표…. 까마득한 재개발의 역사, 그 가운데서 매번 반복되는 철거민들의 목숨을 건 극렬한 투쟁, 그리고 용역깡패와 공권력의 폭압. 정권은 아주 간명하게 말한다. '법대로 하라'고. 2009년 대한민국의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국가의 존립 근거는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제 국민을 하루아침에 날거지로 만들어 길거리로 쫒아내는 국가, 그들의 정당한 생존권, 재산권 요구를 한낱 '떼'로 규정하는 국가, 그리고 점점 더 가진 자만을 옹호하는 정책을 생산하는 국가. ▲ 독일 본에 위치한 BMZ 전경. ⓒ프레시안독일은 연방정부 구조에 BMZ(Bundesministerium für wirtsc.. 더보기
"자전거 타다 사고 났다는 얘기 들어봤니?" "아니요!"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③] 자전거 '천국' 유럽, 그 비결은? 유럽은 자전거 천국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이 소개된 파리의 명물 벨리브(Velib)가 이를 대표한다. 그러나 이는 비단 파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럽의 어느 도시라도 수많은 자전거를 거리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사실 어떤 경우 이 자전거는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에 어지러이 주차된 자전거(왼쪽), 보행자와 차량으로부터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 턱을 설치한 암스테르담 자전거 도로(오른쪽). ⓒ프레시안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총 6330만 대의 자전거가 보급되어 있는데 이는 독일 전체 인구 8000만 명 중 약 80%가 자전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수보다 많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사실, 그간 우리는 하드.. 더보기
"한국, 말만 많은 방사능 달팽이"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②] 지식경제부에 휘둘리는 MB 또 '녹색 성장' 얘기다.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실 많은 시민단체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대통령이 선언한 '녹색 성장'은 또 다른 레토릭인 것이 더 분명해졌다. 지난 8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과한 '에너지 기본 계획'이나, 12월 확정된 '제4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정부가 주장하는 '녹색 성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녹색'이라는 말은 성장이란 단어를 꾸며주는 수식어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자력 발전을 '녹색'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그 무모한 용기가 가상할 뿐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는 넘쳐나는 핵폐기물을 보면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 바로 그 핵폐기물을 대량 양산하는 결정을 내렸던 대통령이 말했던 '녹색'.. 더보기
"한국이 후진국 소리를 듣는 이유" [독일에서 본 녹색 성장①] 횡단보도와 저상버스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8월 15일 '녹색 성장'을 새로운 화두로 꺼내 들었다. 나에겐 매우 당황스런 사건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녹색 성장이라는 슬로건이 연결되지 않았으니까. 사실 별 기대도 안 했지만, 차츰 그 속내를 환경보다는 그 반대인 파괴가 녹색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멀쩡한 강바닥 뒤집어서 경제 살리겠다는 게 녹색 성장은 아니다. 어느 누가 한국 정부의 수장이든 에너지 문제를 쉽게 볼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국가이다. 2013년부터 시작될 '포스트 교토(Post Kyoto)' 체제에서 의무 감축 대상국이 될 것은 거의 자명하다. 이 뿐인가?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는 매년 증가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더보기
시원한 청계천의 뜨거운 비밀 청계천이 복원된 뒤 물길이 열리면서 자연과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는 발표가 눈에 띈다. 지난해 청계천을 조사한 결과 도롱뇽을 포함해 모두 626종의 동식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복원 초기인 2006년과 비교했을 때 205종이 늘어난 셈이다. 물길이 트이면서 도심의 온도 역시 낮아졌다. 고가도로가 없어져 바람길이 트이고 자동차 운행이 줄었으며, 흐르는 물이 도시의 열섬현상도 완화한다고 하니, 긍정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계속된 논쟁 그런데 청계천은 복원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논쟁을 치뤄야 했다. 여기서 청계천의 물을 한강에서 인공적으로 흘려보내는 유지용수 문제는 '생태적 복원'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 되었다. 하루 12만 톤의 한강에서 양수하는 방식은 과도한 에너지낭비와 자연하천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