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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 뒤집어보기

온실가스 배출 2위 기업 SK는 빼고 국가 온실가스감축 정책을?

지난 2월 11일, 환경운동연합은 SK에너지(이하 'SK') 본사를 방문하여 SK의 연료사용이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저탄소시대에 걸맞게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저황유 연료를 고황유나 석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중지하기를 요청하는 공개질의를 한 바가 있다.

SK측이 답변 기한일을 한 차례 연기한 후, 3월 2일 보낸 답변서는 매우 실망스러웠으며 기대 이하였다. 답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기업 홍보에 가까웠고, 구체적 확인을 요청한 질문에 대한 답변조차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 많았다(아래 첨부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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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 울산 공장 전경 ⓒ 2009 HelloDD.com

고황유와 석탄으로의 연료전환을 주장한 이유를 묻는 질문 1, 3, 5에 대해서 SK는 '합리적인' 연료정책, 연료정책의 '효율성' 측면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는, 그동안 값은 더 저렴하지만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가 더 많이 나오는 연료로의 전환이 결국은 '비용절감'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2번과 8번 문항에 대한 답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란 표현으로 정확한 수치를 회피하고, 연료사용보다 생산 공정에서 아황산가스(SOx) 배출기여가 더 높다는 근거자료가 지속가능성보고서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확인필요' 등으로 초점을 흐리는 답을 했다.

질문9, 10에 대해 SK는 자사의 연료전환 노력을 제조경비 감소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이에 따른 양질 제품공급이라는 답변을 했지만, 이는 매우 '자사중심'적인 답변으로 질문의 초점을 비껴나간 것이다. 질문 내용은 연료를 전환할 수 없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군들의 불균등한 생산조건과 그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악화에 대한 것이었다. 개별기업이 자사의 경쟁력만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계 중 에너지사용량 2위에 이르는 거대기업인 동시에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자로서 취할 태도로 보이지는 않으며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도 방기한 실망스러운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질문 12~16번에 대해 SK는 '적극적인 폐열 회수, 교환 및 활용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울산을 통틀어도 대략 연간 8만 톤밖에 되지 않는다. SK가 울산공장에서만 저황유를 LNG로 전환해도 8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양이다. 한편, 석유화학공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SK이지만 그 부지 안에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는  '온실가스 감축기술 중 당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2차 전지, Green Coal, 해양 바이오 연료, CO2를 활용한 Green Pol 제조기술 등 차별화된 녹색기술에 파부침주의 자세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Green Coal' 등이 실용화될 지는 의문이기도 하며, 위 기술들은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려야 실현 가능한 지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요구다. 실현 가능한 현재의 '저탄소' 가능성을 '고탄소'로 바꾸기 위해 로비를 벌여오면서 미래의 '저탄소'를 약속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책임을 무마하기 위한 그린워시에 지나지 않음을 이번 답변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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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8년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 지식경제부

SK 스스로가 기후변화 원인제공자임을 망각한 채 기후변화 문제는 전 세계와 국가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고 자신은 비용절감을 위해 아황산가스와 온실가스가 더 나오는 연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노력을 해야 하는 지금,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2위 기업으로 기후변화의 책임이 큰 SK를 제외한 국가 정책은 공허하다. 결국 현 정부의 친 기업 정책에 기대어 연료정책까지 완화시키고 이제는 울산시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SK는 사회적 책임은 뒷전으로 하고 기업의 효율성, 즉 이윤만을 집착하는 모습을 공개한 꼴이다.

SK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연료정책 문제를 '울산시가 판단할 문제'라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압박을 가하려는 태도를 중지해야한다. 오히려 SK가 앞서서 청정연료 사용을 선언함으로서 동종의 다른 업계를 견인함으로서 진정으로 산업계의 저탄소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한편,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기업의 로비에 연료정책 규제를 완화한 환경부를 비롯한 현 정부는 자성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SK에너지를 필두로 S-oil, GS 칼텍스 등 석유화학업계의 연료전환은 물론 산업계 전체의 '고탄소'로의 움직임은 자명해보이며 이대로라면 2020년까지 2005년 기준 4% 감축은 고사하고 산업계는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