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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정책 뒤집어보기

습지 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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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학


오늘(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지구촌 각지에서 습지 보전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벌이며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지만, 4대강 사업과 갯벌 매립 등의 대규모 습지 파괴 사업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올해 세계 습지의 날 주제는 ‘습지 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입니다. 습지 보전이 중요한 이유는 “습지가 기후변화에 취약하지만, 습지를 잘 관리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람사르사무국이 제작한 홍보물에서 볼 수 있듯이 “습지와 습지의 생물다양성은 탄소를 흡수하고 지역 기후와 강수에 영향을 주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저감”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람사르사무국에 의하면 “습지 생태계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자연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에 하천 유역의 범람원을 복원하면 홍수를 방지할 수 있으며, 연안습지를 잘 관리하면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람사르사무국은 “습지에 대한 자연적인 해결책이 공학적으로 만든 어떠한 인프라 시설보다 습지와 생물다양성, 인류에게 더 좋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전세계 습지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습지가 계속 사라지거나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람사르사무국은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습지의 건강성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을 가장 먼저 손꼽았습니다. 특히 생태계에 기반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제시하였는데, 내륙습지의 경우에는 “하천습지와 범람원을 관리하고 복원하여 홍수를 방지하고, 유역 차원에서 습지와 수자원을 관리하며, 습지를 잘 관리하여 습지가 제공하는 자연적인 홍수 방지 시스템인 ‘그린 인프라’를 복원”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연안습지의 경우에도 “연안습지의 손실과 훼손을 줄이고, 이들을 복원하여 생태계가 해수면 상승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며, 기존의 인프라 건설을 최소화하고 ‘그린 인프라’ 도입”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물 부족과 홍수 등이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4대강에 대한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 제방 보강 등을 포함한 토목공사에만 집중하여 4대강 유역의 자연스런 습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또한 송도갯벌 매립과 새만금 간척사업 등으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갯벌이 계속 사라지거나 훼손되고 있으며, 인천만 조력발전과 가로림만 조력발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연안습지를 위협하는 대형 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습지 보전이라는 원래의 의미는 망각한 채 각종 전시성 행사만 치르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라는 세계 습지의 날 기본정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4대강 사업과 각종 갯벌 파괴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도록 습지와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