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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에너지 생산현장 들여다보기

지난 해 9월 28일 목요일 아침 7시 반 양재역. 사람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하나둘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서 준비한 ‘2009 환경활동가∙에너지노동자 현장을 가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참가자는 20명 남짓이었지만 대학생부터 환경단체 회원, 노동조합 간부, 환경단체 활동가 등 계층이 다양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에너지산업의 전망을 공유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에너지산업노동자들이 함께 대화하고 연대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이다.


바람이 에너지를 만든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강원풍력발전단지.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 것은 대관령의 강한 바람이었다. 저마다 옷깃을 여미며 강원풍력에서 나온 직원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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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풍력발전단지 전경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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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조성흠

강원풍력발전단지에는 2MW 용량의 풍력발전기가 총 49기가 있었다. 1년에 약 3천MWh를 생산하며, 이는 약 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약 2년 동안 이산화탄소 저감량 28만 톤이 인정되어 UN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가동률은 약 96%로, 풍력발전기가 멈췄을 경우 24시간 내에 보수가 완료될 수 있도록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동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지보수는 덴마크와 5년 계약이 된 상태이며, 남은 계약기간 2년이 지난 후에는 자체적으로 유지보수 할 수 있도록 기술전수 내용 또한 계약이 되어 있다고 했다. 소음피해나 조류피해에 대한 질문에는 풍력발전기 소음은 기술이 개선되어 매우 적고, 조류피해는 아직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강원풍력발전단지는 인근에 민가가 없고 워낙 이동하는 조류도 드물어 피해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원풍력 직원이 풍력발전기 바로 밑에서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듣는데 큰 무리 없었다.


바로 밑에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조용한 풍력발전기 ©조성흠


깨끗한 에너지 원자력? 기후변화의 대안 원자력?

다음은 울진원자력발전소로 이동했다. 울진에는 현재 원자력발전기가 총 6기 가동 중이며 총 발전용량은 590만kW이다. 그리고 1400MW급인 신울진 1, 2호기가 건설 예정이다. 홍보관 외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발전소 전경을 찍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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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관에 있는 배치도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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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 있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이용해 좌우에 있는 증기발생기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조성흠


신울진 원전 유찰에 대한 환경단체 활동가의 질문에 울진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입찰하려는 회사들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입찰 회사들 간의 심한 경쟁 때문에 저가로 들어오는 것이 문제이지 한수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신울진 원전 유찰문제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공사에 참여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검토하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유찰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9번이나 유찰된 상태이다. 반 년 동안이나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손해들 보더라도 수주를 하려는 건설사들의 욕심이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9차례나 유찰이 될 때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한수원도 책임도 없을 순 없을 것이다.

최근 원자력발전을 말할 때 청정에너지, 깨끗한 에너지라는 문구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몇 겹의 방호벽 위에 아래 사진처럼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사용해야 겨우 마음이 놓이는 에너지에 ‘깨끗한’ 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까? 설명을 들으며 ‘안전하겠구나’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까지 해야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을 꼭 사용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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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원자로 방호벽 콘크리트 방호벽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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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방호설비에 대한 설명. 이렇게 하고도 안심을 하기 힘든 것이 핵에너지다. ©조성흠

원자력발전을 말할 때 또 빠지지 않는 것이 에너지 자립과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라늄을 수입해야만 원자력발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연료를 수입해야만 하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에너지자립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원자력이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우라늄을 캐고 정제한 후 수송하는 부분까지 포함한 전과정평가로 본다면 오히려 원자력발전이 해상풍력보다 더 많이 배출한다는 보고서도 볼 수 있다. 만약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을 선택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2000~300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거의 50년간 1주일에 하나씩 건설해야 하는 꼴이다. 이것이 가능한 계획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원자력 산업계로서 가장 좋았던 시절인 1980년대에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불과 16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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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수입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에너지자립?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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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하지만 원자력발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재생가능에너지보다 높게 나타나는 보고서도 있다. ©조성흠


다음은 방사성폐기물드럼저장고(이하 방폐물저장고)를 방문했다. 방폐물저장고는 원자로격납건물, 핵연료건물 지역 등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폐기물을 종류에 따라 시멘트와 혼합하여 콘크리트드럼에 넣어 고화처리하거나 철제드럼에 넣은 후 압착, 밀봉하여 임시 보관하는 저장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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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보관중인 방사성 폐기물 ©조성흠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질문이 많았다. 우선 방폐물저장고 담당자가 설명을 하면서 방폐물 포화시점을 내년이라고 설명했는데, 원래는 포화시점을 금년이라고 했었는데 왜 내년으로 변경되었는지 질문이 있었다. 이에 원래는 올해 7월을 포화시점으로 잡았지만 저장고 안 작업공간까지 포함한다면 내년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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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폐물 저장고 현황 ©조성흠

 그리고 방폐물드럼을 처분하면서 차량이나 선박을 이용해 이동을 하는데 방폐물 이동 경험이 없는데 괜찮은 것인지,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한다면 위험하지 않은지 질문이 있었다. 이에 관계자는 교과부의 점검을 받았으며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외부용기나 드럼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 최대한 안전하게 이동시킨다는 답변으로 일관될 뿐 자세한 답변은 없었다. 또 운반용기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방폐물드럼 처분 과정에 보면 운반용기가 노상에 위치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이 안전하냐는 것이었다. 관계자는 방사선량 허용기준치에 맞게 차폐가 되고 노상에 위치해도 접근금지 조치를 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어쨌든 방사선이 나오는 상태에서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 단순한 접근금지 조치로는 비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나 기타 우발상황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뚜렷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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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폐물 처분 절차. 방폐물이 차도 타고 배도 타고 이동한다.©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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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에 있는 운반용기. 실제 방폐물을 넣고도 저렇게 길 위에 둔다는데 괜찮을까?©조성흠


다음은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식히기 위해 화학물질을 탄 물에 보관하는 습식저장고를 본 후 유리화 설비로 이동했다.
유리화 설비란?
무기물과 방사성 핵종 등의 금속원소들을 유리구조로 가두는 기술. 쉽게 말하면, 1,000℃의 초고온에서 핵폐기물을 유리와 함께 녹인 후 다시 식혀 유리로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로 핵폐기물의 부피를 줄일 수 있으며 유리로 만들기 때문에 저장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사전동의 없이 유리화 설비사업이 진행된 점과 기술의 안전성 등의 문제로 울진군과 의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정부는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를 무시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국회에서는 울진지역 출신 국회의원인 강석호 의원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에게 보상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자꾸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유리화 설비 담당자가 이 설비의 목적과 과정을 시작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유리화했을 경우, 기존 방사선량은 줄어들지 않고 부피만 1/20로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폐기물 한 드럼 당 처리비용은 현재는 아직 모르며 6개월 정도 진행을 해봐야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설로 충당할 수 있는 양은 울진본부정도라고 설명했다. 혹시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염두에 두고 이런 설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현 설비로는 불가능하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했다.


삼척 LNG 생산기지 예정지를 가다

삼척 LNG 생산기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 중 하나로, 동해안지역 에너지 거점 구축과 연계벨트 조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총 2조 7,398억 원을 투자해서 2013년까지 100만㎡의 부지 조성과 20만㎘급 저장탱크 4기를 건설하고, 2015년까지 저장탱크를 10기 추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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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LNG 생산기지 내용©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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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LNG 생산기지 조감도©조성흠

정부는 삼척 LNG 생산기지가 완공되면 그동안 소외돼 왔던 강원지역의 천연가스 공급은 물론 러시아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사할린 지역으로부터 도입되는 LNG의 운송 거리와 운송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향후 강원도 영월지역에서 경상북도 북부지역으로의 천연가스 배관망이 건설돼 향후 전국 천연가스 공급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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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배관망도 현황(예정)도©조성흠


아울러 동해안지역 천연가스 공급에 따른 강원도민의 복지증진과 지역 간 균형 발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 할 수 있다는 가스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설명 듣는 중에도 몇몇 지역주민들이 왜 여기서 이런 견학을 하냐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현재 부지매입을 하고 있고 반대가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없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잘 진행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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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예정지 중 일부분인 백사장 ©조성흠


원자력발전소의 자식, 양수발전소
양수발전이란?
수력발전의 한 형태. 야간이나 전력이 풍부할 때 펌프를 가동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하여 발전한다.

양양 양수발전은 100만kW급 발전설비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8344억 원을 투자해서 건설했다. 양양 양수발전 내부로 이동을 하면서 양수발전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 시작됐다. 양수발전은 전기사용량을 조절하기 위한 설비로 원자력발전의 부속설비이다. 원자력발전은 항상 일정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밤과 같이 전력소비가 낮아지는 시간에는 쓸데없이 많은 전기를 만드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대형 화력발전도 비슷하다. 이렇게 그냥 없어지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양수발전인 것이다. 밤과 같이 전력소비가 낮은 시간에 물을 상부댐에 끌어올렸다가 전력소비가 많아지는 기간에 저장된 물을 하부댐으로 흘려보내면서 전기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은 상관을 하지 않으며, 물을 끌어올릴 때 소비전력과 발전할 때 만드는 전력이 같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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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개요. 상부댐에서 하부댐으로 물을 흘려내리면서 발전을 하는 것이다.©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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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양수발전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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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현재 가동 중인 발전기다. 양수발전은 가동 후 3분이면 최대출력이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때 빠른 시간 내에 전기를 만들 수 있다.©조성흠


가동 중인 모터 ©조성흠


그리고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당연히 흐르는 물보다는 수질이 좋을 수 없다고 한다. 하부댐 쪽에서 수질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있는 상태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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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들이 이동할 수 있는 어도©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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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천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분당 3톤 정도 방류하는 것을 이용한 소수력발전©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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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위해 닫혀있는 수문. 수문에 걸려 있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수리를 한다고 한다.©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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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양수발전에서 설치한 풍력발전기. 1.5MW급 2기가 있다.©조성흠

견학을 마칠 무렵, 앞으로 양수발전을 건설할 계획이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현재 건설 중인 것까지 총 7개가 있는데, 사실상 3~4개면 충분하지만 경쟁적으로 만들다보니 7개가 된 것이라면서 건설계획은 없고 더 이상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견학을 마치며
이번 견학은 다양한 발전소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각 발전소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큰 발전소들을 지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종류에 관계없이 커다란 발전소 건설은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지역주민들이 피해와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이런 것들이 ‘보상금’이면 다 해결될까?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에너지사용 증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집 옆에 발전소가 지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발전소를 어디에 지을 것인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방법으로 줄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