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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공유지의 비극




Demand Climate Justicf Now!(기후정의를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Change the politics not the climate!(기후가 아닌 정치를 바꾸어야 합니다) Rich countries pay your climate debt!(선진국은 기후부채를 갚아라!) Our Climate Not Your Business!(우리 기후는 너의 돈벌이가 아니다) Bra bra bra ... Act now!(쓸데없는 말만하지 말고, 지금당장 행동하라!)

위의 구호는 지난주에 막을 내린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한 NGO들이 선진국을 포함한 192개 국 각 나라 정상들에게 알리는 외침이다. 코펜하겐 회의장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주장은 60억 세계인들이 이번 코펜하겐 총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일목요연하게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코펜하겐회의는 결국 선진국들을 준엄하게 심판하지 못한 채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갖지 못한 3페이지짜리 ‘코펜하겐 협약(Copenhagen Accord)’을 만드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는 지난 1997년 교토에서 체결한 당사국총회에서는 법적구속력을 갖는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를 체결한 것보다도 한참 뒤떨어지는 협약이다. 이에 대해 국제환경단체의 간부는 인터뷰를 통해 “세기의 기후범법자들이 지금 코펜하겐공항을 도망치듯 빠져나가고 있다”라고 이 회의 결과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이번 회의는 ‘기후보호 실패’로 정의될 수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합의는 없고 ‘코펜하겐 협정(Copenhagen Accord)’이라는 정치적인 일부 합의와 선언에 그친 것이다. 또 법적으로 총회 승인이 된 것이 아니므로 구속력 있게 향후 협정 일정이 진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비록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자는 데는 전체적으로 동의가 이뤄졌으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장기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제시는 삭제돼 실질적인 ‘공유비전(shared vision)’은 없는 알맹이 없는 사문이 돼버렸다.

특히 이번 코펜하겐회의 실패의 주된 책임은 먼저 선진국에게 있다. 지구온난화 야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최소 40%, 2050년까지 최소 80%의 법적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먼저 약속해야만 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책임회피와 소극적 감축목표로 일관했고, 이는 개도국들의 비판과 온실가스 감축 동참 거부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 또한 기후정의에 관한 원칙이 우리에게도 적용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협약상 개도국 지위라는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개도국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자세는 이번 회의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최빈국과 다른 개도국들을 설득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코펜하겐회의 기간 내내 홍보부스를 통해 녹색포장으로 얼룩진 4대강 개발 사업과 원자력 증설 계획을 기후변화의 대응책이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국제적 망신에 불과하다.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명제가 있다.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 바로 지구가 그렇다. 각 나라는 자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쉼없이 배출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구가 더워져서 모두 공멸의 길에 접어들고 있으나 그 누구도 먼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있다. 먼저 자국국민의 편안함의 탐욕을 설득해 온실가스 저감에 나서지 않고 서로에게 핑계를 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똑같은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누적온실가스배출량이 큰 선진국이 시급히 대폭적인 온실가스감축에 나서야 한다. 기후정의(Climate Justice)가 시작되는 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는 계속 푸르게 남을 것이다. 그래서 코펜하겐 NGO의 손에 들려있는 다음의 현수막은 절실하다. ‘There is no planet B!’(또다른 지구는 없습니다)

글 : 조강희 사무처장(인천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