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너지정책 뒤집어보기

한국정부, 최소한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온실가스 감축 제시해야


8월 4일, 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중기(2020년) 감축 목표안을 발표했다. 올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15)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3가지 감축목표 시나리오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 비전 아래 “선도자로서 글로벌 리더쉽을 발휘”하겠다던 호언장담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각각 21%, 27%, 30%의 감축목표안(2005년 대비, 각각 +8%, 동결, -4%)을 제시했다. 이는 IPCC가 중국, 인도 등 1인당 배출량이 한국의 1/3에도 못 미치는 개도국에 권고하는 감축 수준이다.


또 정부가 감축 목표를 과장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전망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의혹이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온실가스 8억1천3백만 톤CO2 배출 전망엔 2005년 대비 2.1%의 증가율이 적용되었다. 이는 최근의 증가 추세보다 과장되었다. 바로 1년 전 수 년의 작업을 거쳐 확정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예상 에너지 증가율이 1.6%이다. 이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은 7억4천5백만톤 CO2으로 크게 줄어든다. 


하루 빨리 한국 정부는 개도국 착시론에서 벗어나 한국의 배출 수준과 지구온난화 기여도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짧은 산업화의 역사를 가진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에 해당하진 않지만 1인당 배출량이 이미 서유럽 국가나 일본과 비슷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 누적배출량 22위 등에 이른 점을 고려할 때 개도국으로 분류되긴 더욱 어렵다.


오히려 기후협상의 쟁점 중 하나인 개도국 재분류 가능성을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활용하여 개도국을 견인하고 선진국을 압박하는 진정한 기후협상의 선도자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후발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특성에 걸맞게 기준년도 대비 감축량을 정하는 선진국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되 기준년도를 2005년으로 제시할 수 있다. 역사적 책임과 1인당 배출량, 경제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기존 선진국의 1990년 기준년도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최소한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이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제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매년 약 2% 정도씩만 감축한다면 2020년에는 4억7천5백만톤CO2로 줄일 수 있는 양이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지위, 온실가스 배출 수준, 감축 잠재력에 걸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겠다는 선제적 선언으로 ‘글로벌 리더쉽’을 진정으로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20% 이상 온실가스를 줄이는 목표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제시된 효율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저탄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1)총량 제한 배출권 거래제와 에너지세 조기 시행, (2)에너지 가격 합리화를 통한 산업․상업․가정의 에너지 소비 효율화, (3)건물 효율 개선 및 효율 기준 강화, (4)연비 기준 강화 및 바이오 디젤․친환경 교통 확대, (5)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강조된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를 제대로 추진하다면 감축 목표 달성은 물론 국민 경제의 내실 있는 발전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