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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부 방폐장이 3년간 공사지연이 결정되면서 내년 완공이 3년 이후로 늦어졌습니다. 지경부가 지난 6월 말부터 2주간 지질학자 5명에게 지질조사가 잘못된 것인지 부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조사를 했는데 다음 주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월 중순에 방폐장 부지를 다녀와서 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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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방폐물 관리공단은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완공 시기를 2년 6개월 늦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7월에 울진으로부터 1,000드럼의 핵폐기물을 시범 반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에 완공 될 예정이었으나 2012년 12월에야 완공이 된다는 얘기다. 내년 완공도 애초보다 6개월 연장시킨 계획이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땅을 파보니 달랐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은 2005년 11월 경주시 주민투표 후 부지선정이 된 이후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왔다. 2006년 1월에 예정구역 지정고시 되어 부지특성조사 용역이 체결되고 동굴방식으로 처분방식이 결정되었으며 같은 해 말에 종합설계용역이 체결되어 1단계 건설기본계획안이 확립되었다. 2007년 1월에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신청을 산자부에 제출했고 7월에 사업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져서 부지정지 공사에 착수했고 곧 착공식을 가졌다.


그런데 막상 공사에 착수하고 땅을 파보니 예상과 달랐다. 2008년 3월부터 진입동굴 굴착공사가 지연되기 시작하더니 6월 시공실적은 예정 공정률의 절반에 그쳤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인허가 절차는 그대로 진행되어 2007년 1월에 안전성분석보고서와 방사선환경영형평가서 등 10여개의 보고서와 함께 제출된 건설운영허가 신청이 1년 반 만인 2008년 7월에 승인되었다. 이로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지만 공사 지연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10월에 예정 공정률을 변경하기에 이르러서 건설 공기를 6개월 연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반년이 넘은 지금, 다시 2년 6개월의 공사 지연을 공식 발표하게 된다.


진입동굴에 이어 처분 동굴의 암질도 문제, 3년 뒤에 완공이 가능할까?

현재 종합 공정률이 51%정도 되지만 이는 종합설계와 기자재 구매도 포함된 것이므로 시공 공정률은 33%에 불과하다. 이것도 내년에 완공될 지상 건물(인수저장건물, 차고 경비실)과 항만시설을 포함해서 그 정도고 정작 핵폐기물을 저장할 동굴 공사는 18%에 그치고 있다.


2008년 3월 동굴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 1년 3개월간 18%이고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공기를 2년 6개월을 더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60%를 넘는 정도인데 어떻게 완공을 장담할 수 있는 지 궁금하다. 진입동굴이 예상과 달리 파쇄대가 많이 분포해서 공기가 늦어졌지만 최근 폭로된 한수원의 자료에 의하면 처분동굴의 암질도 나빠서 건설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그때 가서 다시 공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할까.


예정된 공사 지연이었다.

사실, 지질 불안정으로 인한 이와 같은 공사 지연은 예정된 것이었다. 월성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신월성 1, 2호기와 중저준위 방폐장이 건설 중인 일대는 크고 작은 단층들이 다수 분포되어 있다. 활성단층으로 추정되어 주목할 만한 단층만도 읍천단층, 수렴단층, 왕산단층 등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토 전반 중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질층을 가지고 있어서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참고: 환경단체, 과기부의 ‘지진안전성 평가기반 연구’ 여전히 부실 주장, 핵발전소 부지 안전성 외면한 과기부의 ‘월성원전 인근 단층관련 연구결과’)


이런 이유로 인해 금품을 앞세운 주민 수용성으로 핵폐기장을 선정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지질 관련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고 관련 지질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통해 객관적인 검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수원과 방폐물관리공단은 공사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질 안전성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단층, 파쇄대, 지하수,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번 공사지연의 원인은 지질 조사 당시 시추했던 코어로 판단한 지질과 실제 공사를 시작해서 땅을 파본 지질이 달라서 발생한 것이다. 단단한 암반이라면 폭파 작업으로 진행이 가능하겠지만 파쇄대가 많은 연약지반이다 보니 폭파 작업을 할 수가 없고 파내는 공사를 하는 동시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벽면 전체에 콘크리트 작업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단층이 많은 지역은 지질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라는 의미이고 당연히 파쇄대가 많이 분포할 것이다. 또한 이번 방문으로 확인하게 된 것은 그 파쇄대와 연약지반 틈으로 지하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수는 핵폐기물 보관에 가장 위험한 요소다. 단층과 파쇄대가 구조적인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면 지하수는 핵폐기물 드럼통을 부식시켜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수 있는 위험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완전한 방수란 불가능하므로 핵폐기장 부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지하수가 없는 곳을 찾는 것이다.


한수원의 비밀주의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한수원은 경주 예정 부지를 조사할 때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부지 지질조사 보고서에도 나와 있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경주의 한 단체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한 작년 8월 경의 한수원의 대책회의 자료에 의하면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처분동굴(사일로)이 위치하는 암반이 3~5등급으로 국내 기술로는 건설하기도 어렵고 안전성 확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참고: 연약지반 알고도 공사 진행, 서라벌 신문).


1조 5천억원의 비용이 들고, 절대적인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핵폐기장 사업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것을 한수원과 방폐물 관리공단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숨기고만 있으니 신뢰는 떨어지면서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완공 3년 남았는데 핵폐기물을 이송하겠다는 방폐물 관리공단의 생떼

더구나 방폐물 관리공단은 7월 1일부터 울진에서 핵폐기물을 이송해서 인수저장고에 보관하겠다고 일정을 밝혔다. 항만도 완공이 안 되었지만 접안하기에 어려움이 없고 처분동굴은 물론 진입동굴도 공사 중이지만 3년 동안 인수저장고에 저장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애초에 방폐장 부지로 허가 날 때 제출했던 지질안전성 보고서의 내용과 실제 공사를 해서 열어 본 땅 속이 다른 지금, 방폐장 부지 허가 자체를 원점을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 방폐물 관리공단은 현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 같다. 


핵폐기장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킨 환경을 수백 년간 지속시켜야하는,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사 지연 발표를 통해 들여다 본 핵폐기장 건설 과정은 안전성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애초부터 핵폐기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부지를 주민 수용성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다 발생한 일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이번 사업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와 방사성폐기물 관리공단은 가장 기본적인 조치, 지질 안전성 조사 자료와 대책회의 등 방폐장 안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처음부터 다시 공개적으로 안전성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환경연합 미래기획팀 양이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