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온실가스 최대 30%감축’, ‘온실가스 10년 내 최대 30% 감축’. 지난 화요일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보도자료를 보고 언론에서 실은 기사 제목이다.
기사 제목만 보고는 한국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대단한 결정을 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얼마 전에 17% 감축하는 법안을 하원에 통과시킨 것과 비교해 봐도 30%는 큰 수치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어디를 기준으로 감축을 하느냐를 봐야 한다.
교토의정서에 의한 선진국의 의무감축은 1990년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때보다 몇 %를 더 감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은 2005년을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정한 것이다. 15년간 꾸준히 증가한 온실가스 양을 인정해달라는 뜻이니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면 한국 정부가 발표한 최대 30%는 어디 기준일까? 2020년의 BAU 기준이다. BAU는 Business As Usual 의 줄임말로 별다른 대책을 추가하지 않고 지금 상황을 그대로 두었을 때를 뜻한다. 그런 가정 하에 2020년에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기준으로 3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과거도 아니고 미래를 예상해서 줄인다고 하니 예상치가 얼마인지 궁금해진다. 여기서 속기 쉬운 함정이 있다. 2020년에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을 많이 잡을수록 감축 %는 많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도국은 BAU를 기준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하자는 주장이 나왔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과도하게 배출량을 부풀리는 배출량 전망치를 어떻게 점검할 지가 가장 큰 우려였다.
그런데 한국이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8억1천3백만 이산화탄소톤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6년부터 매년 2.1%씩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 도달하는 수치다. 그런데 한국은 2003년에 2.0% 증가를 보이다가 2004년에 1.4%, 2005년에는 0.7%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예상한 에너지소비량 BAU는 매년 1.6%씩 증가하는 전제인데 지금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높인다고 하니 온실가스 증가율은 이보다도 줄어들 수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증가율을 그대로 적용한다 하더라도(산업공정과 농업, 폐기물도 다 고려해서) 2020년 예상 배출량이 7억4천5백만톤이 된다. 결국, 8억1천3백만톤은 출처가 불분명한 부풀려진 수치라고 의혹을 살 수 있고 그렇다면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다.
▲ 지난 4일 발표된 부풀려진 온실가스 배출전망(BAU)과 3가지 감축시나리오, (단위 : 백만톤CO2)
보도자료에는 BAU 대비 30% 감축이라면서 동시에 2005년 기준으로는 4% 감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렇게 두 가지 기준으로 혼란을 준 전과가 있다. 작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발표 당시 계획의 전제가 되었던 2030년 유가 전망이 그렇다. 배럴당 150달러를 넘나들던 당시에 2030년에 119달러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자 곧 명목가격 개념을 도입해서 186달러로 전망한 것이다. 명목가격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가격으로 유가 전망할 때 쓰는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 언론은 일제히 지경부의 유가 전망이 186달러라고 보도했다. 내용을 아는 필자로서는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녹색성장위원회가 온실가스 감축치를 가지고 혼란을 주고 있다.
환경연합 미래기획팀 양이원영부장
위 글은 오늘자(2009년 8월 7일)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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