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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에너지 운동

국산 하이브리드카 시승해 보니

나는 대학 졸업 후 환경단체에서 일하다, 지금은  ISO 환경경영 및 온실가스 검증 관련하여 BSI(영국표준협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갑자기 특정 기업의 차량을 타 본 소감을 적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지만, 2010년 1월말 환경단체 및 기관들에게 3개월 동안 하이브리드카 시승 기회를 주는 행사에 참석하면서 2주 남짓 타 본 결과,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공유하는 것이 환경인식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몇자 적어 본다.

평소에 웬만하면 걸어 다니고, 차량은 주로 주말에 가족과 마트에 다녀오고 부천에 계신 장인어른 뵙고 올 때 주로 타고 다닌다. 그 전에는 손윗 동서가 준 96년도 쏘나타3를 타고 다녀서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느낌을 비교적 많이 받았기에  개인적인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환경친화적인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타 보면 좋을 것 같고,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 걱정해 본 사람이라면 하이브리드차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 보면 좋을 것 같다. (전국의 현대차 지점에서도 시승을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안내를 해 준다고 한다)

나도 최근에 알았는데, '하이브리드'라는 말은 혼성, 혼합이라는 말이다. 즉, LPG 와 전기의 힘을 적절히 섞어서 동력으로 사용하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는 발전하여 축전도 하는 최적의 에너지 사용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나도 발전(發電)을 해서 하이브리드카의 계기판 상으로 충전(Charge)까지 실천을 해 본 셈이다.

보통 새로운 콘셉트의 차 한대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도  2500억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목적인 회사에서 이런 차를 왜 개발했지? 라는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지만, 아무튼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를 만들 때  환경, 안전, 품질, 소비자 만족도 등을 감안하여 큰 모험과 투자를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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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하이브리드카 계기판 에코드라이빙을 하면 계기판에서 나무한그루를 보여준다. 오른쪽은 충전도 되고 필요시 전력 구동을 하는 상황도 보여준다. ⓒ 황상규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하이브리드카를 타 보니 현재 적용가능한 기술은 최대한 활용했다는 느낌이다. 우선 하이브리드카는 계기판을 통해 현재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D단계를 Eco Driving 이라는 E 모드로만 운전해도 환경보호를 위해 조금이나마 노력하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적의 운전 상태라고 차가 판단하면 차량 계기판은 한그루의 나무를 보여준다. 조금 재미있게 설계한 것이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운전을 했던 과거에 비하면 내가 조금 더 부드럽게 운전하고, 조금 더 에너지를 아끼고, 조금 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해 준다. 2주일 정도 지나면 이 나무 한 그루의 그림이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고, 1리터 정도의 LPG연료 절약이 되었음을 정확히 계산해 준다. (물론 주행거리가 좀 더 길면 몇일만에 1리터를 절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료절약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오토스톱(Auto Stop) 기능이 아닐까 한다. 도로를 운전하다가 사람이 지나가거나 정지신호가 나타날 때, 브레이크를 밝으면 차가 정지하면서 LPG 엔진이 자동으로 꺼진다. 순간의 정적!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몇일 지나자 기분이 좋아진다. 앞차 뒷차 옆차들이 공회전하면서 배기가스를 열심히 배출하고 있을 때, 내가 탄 하이브리드카는 연료 사용 정지 상태로 있으니. 연료를 아끼기 위하여 어떤 분들은 1분이상 멈춰설 때는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곤 하는데, 현대 하이브리드카에서는 몇 초만 정지하더라도 이 과정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럴 경우 다시 출발할 때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것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 (이 글을 읽고 보시는 분들은 꼭 한번씩 가까운 대리점에서 한번 타보시길 진짜 추천드린다. 나 자신도 타보기 전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미 자동차에 대하여 2012년부터 km 당 120g 이하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한다고 공표하였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유럽내로 수출할 수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현대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km 당 99g 이고, 연비도 17.8km/l로 우수한 편이라고 한다. 더구나 이는 정속 주행시 수치이고, 시내 주행의 경우 오토스톱 기능을 발휘할 경우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략 계산해 보아도 하이브리드카를 이용할 경우, 다른 차량에 비하여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3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차량 가격비교, 밧데리 등 보증기간, LPG 가격 측면 등도 대부분 합리적인 사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얘기가 좀 길어지니... 각자 좀더 잘 살펴보시길 바람. 검색해 보면 관련 자료들이 많이 있음)

나의 경우, 주말에만 하이브리드를 탔는데, 2주 동안 100km 정도 뛰었는데, 실제로 1리터 정도의 LPG를 (자동적으로) 절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계산은 현대차 연구진들이 대충한 계산한 것이 아니라, 기계공학적으로 정확히 계산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나도 화학 및 환경을 전공한 사람이라 이 부분은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가급적이면 자동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지구환경에 좋고, 우리 후손들에게도 덜 부담을 주는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옳은 것을 이해하는 것과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고 에너지가 고갈되고 우리의 아들딸 세대에 더 큰 고통이 갈 수 있음을 잘 알면서도,  지금 우리는 당장의 편리와 행복을 위하여 자동차를 선호한다. 특히 출퇴근길의 나홀로 차량은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진정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시스템이 잘 안 갖춰져서 그렇다고 하지만, 유럽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면, 반드시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야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국정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고,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온실가스도 줄이며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우리가 사는 지구가 좀 더 오래동안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대자동차에서 큰 돈을 들여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것은 크게 칭찬해 줄 일이며, 이를 계기로 우리 시민들도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이 어렵다면 비교적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선택하는 차선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우리 지구가 조금 더 지속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 황상규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