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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현장 소식

가로림만 조력발전 계획, 환경영향과 경제성을 진단하다

지난 6월 14일(월) 환경운동연합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함께 오전에는 가로림만 현지답사, 오후에는 현지 토론회를 열었다. 현지답사를 통해 현재 물범 5마리가 서식 중임을 확인했고, 오후 2시에는 서산수협 4층 회의실에서 ‘가로림만 조력발전 계획, 환경영향과 경제성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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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림만 내에 살고 있는 잔점박이 물범(천연기념물 331호)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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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4일(월)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현지 토론회 ©환경운동연합


이번 토론회에서 전승수 교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과)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연안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이는 가로림만조력발전(주)가 2009년 6월에 낸 '가로림조력발전소 건설사업 관련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조류변화 영향으로 가로림만 내해에는 연간 9.8~9.9cm 두께의 퇴적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전승수 교수는 일반 갯벌 퇴적량이 연간 0.3 ~0.5mm이고, 하구언일 경우 1cm 인 것에 비하면 10배에서 100배나 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펄질화(Siltation: 물에 쓸려 와서 강어귀・항구에 쌓이는 가는 모래・진흙 등이 쌓이는 현상)가 가로림만 전체에 발생하여 연안 생태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로림만 내해는 대부분이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갯벌로 많은 대형저서동물이 분포하고 있어 2005년 해양수산부에서 보전 상태가 가장 양호한 갯벌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조력발전을 건설하면 심각한 펄질화가 진행되고, 그로 인해 가로림만 내해 대부분이 과영양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서식지를 잃은 해양생물들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수산물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연안어장에는 영양염(바닷물 속의 규소, 인, 질소 등의 염류를 총칭. 식물플랑크톤의 생산량을 좌우한다.) 공급이 차단되면서 내해는 물론 인근 연안 어장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슷한 사례로 “네덜란드 오스터스켈트댐의 경우 해수 유통을 했지만 내부의 조류가 약해져 결국 댐 내부는 펄질화가, 댐 외부는 모래부족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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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로 예상되는 환경영향을 발표하는 전승수 교수 ©환경운동연합


한편, “상업발전을 하고 있는 조력발전소는 1967년에 건설한 프랑스의 랑스 발전소뿐”이라며, “환경영향 때문에 세계적으로 조력발전보다는 조류발전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조류발전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또한, “정부가 성공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랑스 발전소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댐 건설로 인한 종다양성 변화, Sand Bank(모래 사주)훼손 등 환경피해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우수한 가로림만 갯벌과 습지를 보전해야 하며, 환경파괴 우려로 선진국에서 추진하고 있지 않는 조력발전보다 환경적으로 피해가 거의 없고 세계적으로 적지가 많은 조류발전에 정부와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으로 발표를 마쳤다.

‘가로림만의 환경가치평가 연구’라는 두 번째 주제로 발표한 이주석 교수(호서대 사회과학대)는 “2007년 당시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가로림만의 경제적 환경가치에 대한 연구를 했다”며, 그 당시로는 “연구결과 가로림만 조력발전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월 동강댐의 사례를 들며, “동강댐의 초기 경제성 분석에서는 편익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으나 환경비용을 추가한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이것이 동강댐 건설 계획을 취소하는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가로림만의 환경가치평가 연구는 가장 널리 사용되고 정확하다고 알려진 CVM(Contingent Valuation Method: 조건부 가치측정법)이라는 연구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연구 결과 가로림만의 연간 경제적 환경가치는 약 1천억 원이 나왔으며, 이것을 반영해보니 가로림만 조력발전의 편익이 0.82배에 불과했다”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박수택 회장(한국환경기자클럽, SBS 논설위원)이 “가로림만 조력발전 문제는 서산․태안이나 충남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면 안된다”며, “이것은 에너지 문제, 환경 문제이고, 국제적으로는 주요한 생태서식지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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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토론을 하고 있는 박수택 환경기자클럽 회장 ©환경운동연합


또한 “추진과정이 매우 비민주적이었다”며, “사업에 대한 목적과 과정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지만, 사업설명회에 찬성측만 들어오게 하는 등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오늘 토론회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토론의 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박정섭 위원장(가로림만 조력발전건설반대투쟁위원회)은 “서산태안 지역 46개 지역 어촌계 중 41개 지역이 가로림만 조력발전 반대하고 있다”며, “어민들은 가로림만이 어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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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하고 있는 박정섭 위원장 ©환경운동연합

또한, “이 사업으로 인해 가로림만을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사업추진 측에서도 이러한 토론장에 꼭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양이원영 국장(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은 “조력발전이 재생가능에너지이긴 하지만,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서 환경파괴와 지역사회 갈등 유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조력발전소로 인한 가로림만 생태계 피해가 예상된 이상 조력발전소 건설을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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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하고 있는 양이원영 국장 ©환경운동연합

한편, “대규모 조력발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며, “2012년부터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이 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 의무할당제로 바뀌면서 각 전력회사가 할당되는 재생가능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채우기 위해 거대 규모의 재생가능에너지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경제규모가 더 큰 일본, 프랑스, 독일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데, 이는 산업경부하요금, 심야전력 등 비효율적인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의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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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제종길 소장 ©환경운동연합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았던 제종길 소장(도시와 환경연구소, 전 국회의원)은 “학자단위의 모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어촌계 등 지역사회의 연대가 필요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며,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로 토론회를 끝마쳤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가로림만 조력발전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지만 정부와 사업자 측에서 참석을 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후, 환경운동연합은 지역사회와  함께 정부와 사업자가 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적극 알리고, 가로림만을 보호하면서도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